벌써 잊혀져 가는 재해지역 미얀마에서 온 메일

중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사이클론으로 인한 미얀마의 재해가 벌써 잊혀져 가고 있는 것 같다. 
걱정은 미얀마는 중국처럼 정부의 은폐를 막고 실상을 세계에 알려내는 네티즌도 없고, 재해 복구에 투입되는 대규모의 군병력도 없다는 사실이다.  구호물자만 받고 구호인력의 비자발급을 거부하고 있는 미얀마 군사정권 그리고 세계에서 도착한 구호품으로 장사를 한다는 관료들의 말이 들려오는 미얀마 땅이 몹시 걱정된다.
다행히 내가 출석하는 교회의 담임 목사님과 구호팀은 미얀마에 도착해서 구조할동을 벌이고 있다.  담임 목사님이 어렵사리 교회 홈피에 글을 올리셨다.  글 여기저기 미얀마의 참혹한 실상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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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미얀마입니다

사이클론 피해를 가장 많이 본 곳이 바다와 인접해 있는 라부따입니다. 양곤지역에서 1차 구호를 마친 우리팀들은 라부따지역에서 구호활동을 하기로 했습니다. 뻐떼인에서 1박을 한 우리 팀들은 다음 날 아침 그곳에 있는 구호소를 돌아보고 라부따를 향해서 달렸습니다. 비가 와서 패인 곳이 많은 비포장도로를 다섯 시간을 달려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현지 교회가 운영하고 있는 현장 구호소엔 우리가 보낸 쌀 10톤과 디젤 등이 도착해 있었습니다.

우리는 배를 빌려 섬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습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우리 팀원들은 작은 배 하나를 빌려 탔습니다. 우리는 배에 혹시 그곳에 있을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쌀 두 포를 싣고 갔습니다. 40분정도를 배를 타고 가면서 우리 팀원들 모두는 그저 다 넋을 놓았습니다. 세계에 참 많은 재난 현장을 다녀 보았지만 이런 곳은 처음이었습니다. 재난이 발생한지 열흘이 되어가는데 폭이 50m쯤 되는 강 좌우에 시신들이 그대로 널려 있었습니다. 40분을 가는 동안 강 좌우에서 우리 팀원들이 확인한 시신만 마흔 두 구였습니다. 강엔 시신 썩는 냄새가 진동했습니다. 더 이상 볼 수가 없어 그만 돌아가자고 했습니다. 그래도 이것은 많이 나아진 상태랍니다. 처음에는 생존자들을 실으러 배가 들어가기 위해서 시신을 좌우로 밀치면서 다녔다고 선주는 말했습니다.

우리 모두 더 이상 볼 수 없다고 돌아가자고 할 즈음 무너진 집을 수리하고 있는 사람들 몇을 보고 그곳에 배를 댔습니다. 우리가 싣고 간 쌀 두 포라도 전달하기 위해서 그렇게 했습니다. 배가 도착하자 어디선가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금방 백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려왔습니다. 거기가 마을이었습니다. 마을 이름이 꺼닝공입니다. 거의 대부분 이번 사이클론으로 집들이 쓸려 내려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마을 이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1900명이 살던 마을인데 이번에 400명이 죽고 1500명이 살아남았답니다. 아이들도 보였고, 아이를 안은 엄마도 보였습니다. 모든 것이 쓸려나간 중에도 그들은 거기서 살기 위해 다시 무너진 대나무집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하나님이 주시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들의 필요가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그들은 먹을 쌀을 달라고 했습니다. 또 무엇이 필요하냐고 했더니 그들이 말했습니다. 소금, 지붕용 천막, 이불, 옷, 양념, 디젤....마을 사람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를 여기 오게 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한국교회 사랑을 갖고 여기 왔다고 했습니다. 제일 앞쪽에 승려가 서 있었지만 그도 열심히 들었습니다. 마을 주민 몇 사람을 안아주었습니다. 특별히 어린아이들을 꼭 껴안아 주었습니다. 살아줘서 고맙다고, 잘 살아달라고...

마을 주민 몇 사람에게 마을에 있는 배를 가지고 뭍으로 오도록 했습니다. 어둠이 밀려오는 저녁 시간,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습니다. 우리 팀원들은 세 팀으로 나눠 그 마을 주민 대표들과 함께 장을 보러 갔습니다. 쌀 10톤, 천막 3000m, 옷, 이불, 소금, 분유, 고추, 디젤, 기름, 물... 모두 약 1000만원어치를 구입했습니다. 따라 나온 마을 주민들이 얼마나 놀라하며 좋아하던지요. 다 아들을 잃고 딸을 잃고 아내를 잃은 사람들입니다. 그런 그들이 함박미소를 지으며 어찌나 좋아하던지 그게 오히려 안스러웠습니다.

길이 없다고 하는 중에도, 할 수 없다고 하는 중에도, 하나님은 길을 여셨고, 하나님이 하셨습니다. 우리 팀들 모두는 이것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특별한 은혜라고 고백했습니다. 돈이 있어도 구호를 할 수 없고, 구호품을 구입해도 그것을 전달할 수가 없는 안타까운 상황속에서 하나님은 예기치 않은 방법으로 그들을 먹이셨고 그들을 입히셨습니다. 우리 팀들이 갈 때 구제창고에서 챙겨간 옷들이 너무나 귀하게 전해졌습니다.

언제 또 다시 같은 일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만약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면 여전히 같은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지리적이고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곳에서 그들은 삽니다. 그렇지만 그들은 그곳에서 살 수 밖에 없습니다. 주변에 시신이 여기 저기 널려 있는 상황이지만 그들은 그곳을 떠나 갈 수 있는 곳이 없습니다. 우리는 배를 타고 40분을 갔는데 바다가 나오려면 5시간을 가야 한답니다. 그 좌우로 우리가 갔던 마을과 같은 마을들이 120개가 있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그곳에 머물 수가 없었습니다. 한 시라도 빨리 그곳을 떠야 했습니다. 구호를 하면서도 이렇게 작전하듯이 해야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미얀마 당국이 지금이라도 구호의 문을 열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나님께 기도하며 그 밤에 그곳을 빠져 나왔습니다. 뻐떼아에 도착하니 시계는 또 자정을 넘어 있었습니다.

by 노마드 | 2008/05/14 23:58 | 세상사는 이야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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